방문을 환영합니다.
미주 한인 뉴스

기업, 킹달러 ‘초비상’ “임원회의 1호 안건이 환율…달러당 1500원도 대비”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등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14개월째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졌다고 이날 밝혔다. 송봉근 기자

지난 1일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등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수출이 7개월 연속 감소하는 등 14개월째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졌다고 이날 밝혔다. 송봉근 기자


#1. 전자기기 생산 업체인 A사는 요즘 매주 열리는 경영전략회의 때 ‘1호 안건’으로 환율 이슈를 올린다. 지난해 말만 해도 글로벌 판매 추이와 재고량이 가장 우선 논의됐다. 이 회사 임원은 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해외 거래선과 달러·엔·위안화 등으로 거래하는데 올해 들어 유독 원·달러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해 수익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 재무팀과 국제금융팀은 야근을 밥 먹듯 하고 있다”고 말했다.

#2. 화학소재를 만드는 또 다른 대기업 B사는 최근 환율 구간별 경영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달러당 원화값이 1500원을 찍으면 원료 수입선을 일본에서 중국 등으로 돌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나마 위안화 가치가 덜 올라서다. B사 관계자는 “최근 환율과 금리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화가 빠르다”며 “특히 달러화 급등 때 우왕좌왕할 수 있어 시나리오를 짜놓고 대응하고 있다. 다른 기업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독 원화 대비 달러 강세 현상이 이어지면서 기업 경영이 암초를 만났다. 올해 초 달러당 1269.03원에서 시작한 원화값은 2월 2일 1224.78원으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계속 출렁거리고 있다. 지난 4일 외환 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은 1322.9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주요 기업의 1분기 실적 발표 때는 “환율과 금리를 주시하고 있다”는 대답이 빠지지 않았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른 ‘킹달러’(달러화 대비 원화가치 하락·고환율)은 국내 기업에 약(藥)이자 독(毒)이었다.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은 고환율을 만나면 순익이 늘어난다. 반면 에너지와 항공 등 외화 부채가 큰 산업군은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런 ‘환율 공식’이 깨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맞물린 고환율은 독으로 작동하고 있다. 예컨대 달러·유로화 거래 비중이 큰 삼성전자는 달러당 원화값이 5% 오르면 순이익이 2586억원(지난해 말 기준) 늘어난다. 하지만 지난 1분기에는 주력 수출품인 메모리 반도체 판매량이 급감하며 고환율 혜택을 보지 못했다.

최근 수주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조선업도 실속 없기는 비슷하다. 일정한 환율로 외화를 사고파는 통화선도 계약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131억 달러(약 17조원) 규모의 통화선도 계약을 맺고 있는데 약정 환율은 달러당 1222원이다. 평균 계약기간은 내년 7월까지인데, 지금 같은 1350원대 고환율이 내년까지 이어져도 ‘킹달러 효과’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국내 조선사 대부분은 환율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통화선도 계약을 맺고 있다. 조선 업계 관계자는 “통화선도는 환율 급락 시 일정 수익을 확보할 수 있지만, 환율 상승기에는 되레 손해”라고 설명했다.

반면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낸 현대자동차는 환율 상승에 따른 재미를 톡톡히 봤다. 이 회사는 달러당 원화값이 5% 오르면 순이익이 1115억원 늘어난다. 연말까지 1350원대 달러 환율이 이어질 경우 순이익은 2000억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3.2원 내린 1,33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가운데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3.2원 내린 1,33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연합뉴스


에너지와 항공 분야는 직격탄을 맞는 격이다. 원유와 리스 등 각종 비용을 달러로 지급해서다. 정유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달러 등 주요국 환율이 5% 오르면 순이익이 488억원 감소하는 구조다. 외화 부채가 30억 달러(약 3조9800억원)에 이르는 대한항공은 달러당 원화값이 10원 오르면 300억원을 추가 부담해야 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환율이 오르면 장부상 평가손익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환율 시름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5.25%로 올리자 시장에선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을 찍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Fed가 작년 3월 이후 10회 연속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한국과 금리 차는 최고 1.75%포인트로 역대 최대로 벌어졌다. 재계 5대 그룹의 한 임원은 “달러당 1500원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더 큰 문제는 기업의 기초 체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기 침체에다 재고 증가로 재무구조가 갈수록 악화해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선 고환율, 고금리라는 두 개의 퍼펙트 스톰(동시다발적 악재)을 겪어야 하는 셈”이라며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면서 미래 필수 자산을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기업, 킹달러 ‘초비상’ “임원회의 1호 안건이 환율…달러당 1500원도 대비”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76 한인 뉴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16) 낯선 한인에서 '멕시칸 인싸'로 report33 2023.05.01 12
2075 한인 뉴스 LA한인타운 인근 고등학교에서 10대 2명 흉기에 찔려..인근 도로 통제 report33 2023.05.02 12
2074 한인 뉴스 한미박물관 또 아파트 붙여 추진 report33 2023.05.02 12
2073 한인 뉴스 미국 지역은행들 주가폭락 ‘줄 파산, 금융위기, 불경기 심화’ 악순환 우려 report33 2023.05.05 12
2072 한인 뉴스 WHO 코로나19 비상사태 공식 해제/LA 어린이 사망자 나와 report33 2023.05.07 12
» 한인 뉴스 기업, 킹달러 ‘초비상’ “임원회의 1호 안건이 환율…달러당 1500원도 대비” report33 2023.05.07 12
2070 한인 뉴스 제임스 코머 하원 위원장, 조 바이든 일가 의혹 내부고발자 소환장 발부 report33 2023.05.07 12
2069 한인 뉴스 한인들 많은 댈러스 쇼핑몰서 '한인 일가족' 참변.. 또 다시 '악몽' report33 2023.05.08 12
2068 한인 뉴스 구글 다니면 고액연봉은 옛말.. 고금리에 스톡옵션 줄어 report33 2023.05.08 12
2067 한인 뉴스 美대학 185곳 동시 합격…장학금 132억원 제안받은 소년 report33 2023.05.08 12
2066 한인 뉴스 연준, 은행권 혼란 후 신용경색 경고.. "상업용 부동산도 우려" report33 2023.05.09 12
2065 한인 뉴스 "미국인들의 높은 인플레 적응, 물가 안정에 악재" report33 2023.05.11 12
2064 한인 뉴스 케네디 주니어 “대통령 되면 줄리안 어산지 사면할 것” report33 2023.05.11 12
2063 한인 뉴스 떨어졌지만, 더 떨어지기는 힘든 美 물가…"연내 피벗 어렵다" report33 2023.05.11 12
2062 한인 뉴스 6월부터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 사실상 엔데믹, 완전한 일상회복 선언 report33 2023.05.11 12
2061 한인 뉴스 등굣길 화물 참변…초등생 숨지게 한 지게차 운전자, 무면허였다 report33 2023.05.12 12
2060 한인 뉴스 조회수 올리려 비행기 고의 추락시킨 美 유튜버 혐의 자백 report33 2023.05.12 12
2059 한인 뉴스 "저 강만 넘으면".. 미 국경 앞 텐트촌에 아른대는 희망과 긴장 report33 2023.05.13 12
2058 한인 뉴스 "굳이 임원 승진 생각없다"…MZ 직장인, 이런 대답한 이유는 report33 2023.05.13 12
2057 한인 뉴스 새총 쏴 여동생 납치 막은 13살 소년.. "내 동생 내려놔!" report33 2023.05.15 1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36 37 38 39 40 41 42 43 44 45 ... 144 Next
/ 1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