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환영합니다.
미주 한인 뉴스
조회 수 16 추천 수 0 댓글 0

수단 대사가 방탄차 몰고 탈출…긴박했던 50시간 '프라미스' 작전

“죽었다 살아난 느낌입니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수단 교민들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4시쯤 경기 성남 서울공항. 공군의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 KC-330 시그너스에서 수단 교민 반용우씨(52)는 내린 뒤 약간 피곤한 표정이었지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는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공군 수송기를 보자마자 “‘살았다’ 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를 비롯 28명의 교민은 귀국을 축하하는 꽃다발을 들고서도 마중 나온 가족, 친지의 얼굴을 마주하자 밝은 표정들이었다.

‘프라미스(Promise·약속)’로 불리는 수단 교민 대피 작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교민과 공관 직원, 고양이 2마리와 개 1마리까지 모두 무사히 한국 땅을 밟았다.

 

이는 당국의 과감한 결단, 우호적 외교관계, 군의 준비태세 등 3박자가 어우러진 결과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작전을 "이번 철수가 성공하면 다른 어떤 작전도 해낼 수 있다고 입을 모을 정도로 '최고 난이도의 위기 상황'이었다"며 “외교전의 종합판이었다”고 말했다.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우리 교민 어린이가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미소짓고 있다. 뉴스1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우리 교민 어린이가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도착해 미소짓고 있다. 뉴스1

프라미스 작전의 기본은 정세 판단이었다. 외교 당국은 지난 15일 군벌 간 유혈 충돌이 벌어지자마자 사태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철수를 먼저 고려했다. 기준 시점은 이슬람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이 끝난 뒤 사흘간의 명절 '이드 알피트르'(21∼23일) 시기였다. '디데이(D-day)'로 정한 23일을 넘기면 교전이 격해져 수단의 수도인 하르툼을 떠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본 것이다.

9개 지역에 머물던 수단 교민을 대사관에 모이게 하는 것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난무하는 총성 속 대사관 직원조차 시장에 고립돼 5일간 꼼짝할 수 없는 처지였다. 휴전 기간에도 곳곳에서 총성이 이어졌고, 군인들이 주둔한 검문소는 500m 간격으로 이어져 10분 거리를 30~40분이 걸릴 정도로 이동이 쉽지 않았다. 통신 상황은 비교적 양호했지만, 전력이 모자라 배터리가 나가는 게 문제였다. 건물 안에서 인기척을 내면 폭격이나 약탈을 부를 수 있어 발전기도 돌리지 못했다고 한다.

집결이 시작된 이드의 첫째 날 대사관의 행정직원이 나서 교민들을 데려왔지만, 그간 누적된 과로로 이튿날 쓰러지고 말았다. 마침 교전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남궁환 주 수단대사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는 방탄 차를 타고 22일 대피 인원 전원을 모으는 데 성공했다.

정부는 그동안 탈출 경로를 짜야 했다. 대사관에서 1.5㎞ 떨어진 하르툼 공항을 두고 정부군과 반군이 전투를 벌여 하늘길은 선택지에서 자연히 제외됐다. 육로밖에 남지 않은 막막한 상황에서 아랍에미리트(UAE)·튀르키예·프랑스는 물론 UN으로도 피란길을 함께 하자는 제안이 왔다. 외교부 관계자는 “특히 튀르키예는 ‘지난 2월 지진 발생 때 받은 도움을 보답하고 싶다’고 전해왔다”며 “우리가 (국제사회에) 한 만큼 다 돌아온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평상시 쌓아놓은 우호 관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우리 교민을 태운 공군 수송기 KC-330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뉴스1

수단 군벌 간 무력 충돌로 고립됐다가 우리 정부의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을 통해 철수한 우리 교민을 태운 공군 수송기 KC-330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뉴스1

정부의 최종 선택은 UAE였다. UAE는 현지 세력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정보의 수준도 높아 한마디로 ‘믿을 만한 친구’였다. 정부는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외교·국제협력부 장관, 칼둔 칼리파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했다. 특히 칼둔 청장은 지속 소통하던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Your people are our people(당신네 국민은 우리 국민)"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ADVERTISEMENT

 

대사관에 모인 이들은 대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UAE 대사관으로 이동한 뒤 포트수단행 버스에 올랐다. 외교부 당국자는 "대사관에서 컵라면이 사실상 유일한 식량이었고 하르툼에서 포트수단까지 1100㎞가 넘는 거리를 버스로 이동할 때는 미리 싸둔 김밥을 먹으며 버텼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대사관 측이 제공한 에스코트 차량이 교민들이 탄 버스를 호위했다.

한국, UAE, 일본, 말레이시아 등으로 구성된 이 다국적 피란 그룹은 23일 오후 1시 10분(이하 한국시간) 하르툼을 떠나 33시간을 넘긴 24일 오후 10시 40분에 포트수단에 도착했다. 안전한 경로를 찾아 최단거리로 800㎞나 되는 길을 우회해 1174㎞를 달린 데다 중간에 그룹 내 다른 차량이 말썽을 일으켜 늦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포트수단에 교민들이 도착하자마자 공군 C-130J 수송기가 이륙할 때까지 45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신속대응팀이 미리 포트수단에 투입돼 출입국 절차를 완료해둔 덕"이라고 말했다.

군사 작전도 만일을 대비하며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 21일 공군 수송기 C-130J '슈퍼 허큘리스'는 출격 명령 3시간 만에 이륙 준비를 마치고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 대테러 특수임무대와 공군 공정통제사(CCT), 경호요원, 의무요원 등 48명을 태운 뒤 현지에 급파됐다. 이후 23일 KC-330도 추가 투입됐다. 군 관계자는 “정상적인 절차로는 16개국 영공통과에 2주 정도 소요되지만, 이번에 1일 만에 완료했다”며 “이건 우리의 국가 역량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포트수단에 미리 도착해있던 C-130J은 24일 오후 10시 28분 이륙해 11시 8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에 착륙했다. 이 시간 소말리아 해역 호송 전대 청해부대의 충무공이순신함이 오만 살랄라항을 떠나 수단 인근 해역에 대기했다. 비상시 바닷길도 대안으로 준비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수단 교민 구출을 위한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에 참가한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수단 교민 구출을 위한 ‘프라미스(Promise·약속)’ 작전에 참가한 군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뉴스1

교민 대피 임무를 이어 받은 KC-330은 25일 오전 2시 54분에 떠 이날 오후 3시 57분 서울공항에 도착했다. 하르툼을 떠나 약 51시간에 걸친 대장정이 막을 내리는 순간을 이종섭 국방부 장관, 이도훈 외교부 2차관 등 정부 주요 인사들이 맞이했다. 이들과 함께 귀국한 남궁 대사는 “대사관의 지휘를 믿고 따라준 수단 교민의 지원이 없었다면 무사 귀환이 어려울 수도 있었다”며 “프로정신에 입각한 대사관 직원들의 철저한 구조 활동 결과라 생각한다. 10여일 넘는 기간 함께 한 직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출 처: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7770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57770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85 한인 뉴스 기소충격에 친트럼프 신문, 뉴욕포스트 '트럼프 손절' report33 2023.06.12 12
1984 한인 뉴스 텍사스주 휴스턴 클럽 앞 주차장서 총격…6명 부상 report33 2023.06.12 17
1983 한인 뉴스 "의회 반대 없으면 자동 상향"…민주 '부채한도' 개혁 추진 report33 2023.06.12 11
1982 한인 뉴스 샌가브리엘 상업용 건물서 4등급 대형화재 report33 2023.06.12 11
1981 한인 뉴스 사우스 LA서 15살 소년 총맞아 숨져 report33 2023.06.12 11
1980 한인 뉴스 트럼프, 잇단 기소에도 공화서 여전히 압도적 대세 report33 2023.06.12 11
1979 한인 뉴스 필라델피아서 대형유조차 화재로 인해 고속도로 상판 붕괴 report33 2023.06.12 14
1978 한인 뉴스 우크라, 대반격 첫 성과…"동남부 격전지 마을 3곳 탈환" report33 2023.06.12 7
1977 한인 뉴스 "속옷만 입고 오르고 있다"…롯데타워 73층 등반한 외국인 체포 report33 2023.06.12 10
1976 한인 뉴스 美연준, 이달에 금리인상 건너뛸 듯…내달엔 0.25%p 인상 예상 report33 2023.06.12 6
1975 한인 뉴스 미국 큰손들, 4월 말 이후 31조원 넘게 주식 매도 report33 2023.06.12 11
1974 한인 뉴스 남가주 테마공원, 문 활짝 열렸다 report33 2023.06.12 9
1973 한인 뉴스 여행객 늘면서 TSA프리체크·GE 인기 report33 2023.06.12 15
1972 한인 뉴스 서울대박사, 미국농부 되다(21) 한국에 유학보낸 직원, '절반의 성공' report33 2023.06.12 17
1971 한인 뉴스 LA형제갈비…식당 9곳 요식업 가족, 이젠 장학재단 꿈 report33 2023.06.12 67
1970 한인 뉴스 LA '불체자 보호도시' 조례 만든다 report33 2023.06.12 11
1969 한인 뉴스 오늘부터 북한 정찰위성 '깜깜이 발사' 국면…대북 정찰·감시 능력 시험대 report33 2023.06.12 11
1968 한인 뉴스 美연준, 긴축 숨고르기…6월 금리인상 건너뛸 듯 report33 2023.06.12 13
1967 한인 뉴스 美 트럼프, 연이은 기소에도 건재..."대선 포기 안 해" report33 2023.06.12 15
1966 한인 뉴스 베트남서 한국인 태운 관광버스 50m 아래 추락…22명 부상 report33 2023.06.12 7
1965 한인 뉴스 "입대하면 시민권"…'구인난' 미군, 이주민 대상 모병 작전 report33 2023.06.12 11
1964 한인 뉴스 트럼프, 사법 리스크에도 압도적 지지율 선두/테슬라, 새로운 보험상품 폭풍 성장 report33 2023.06.13 13
1963 한인 뉴스 미 입양한인, 현 시장직 내려놓고 40년만에 모국으로 report33 2023.06.13 13
1962 한인 뉴스 CA 의사당에서 총격 피해자 발견 report33 2023.06.13 14
1961 한인 뉴스 7월부터 웨스트 헐리웃 최저임금 19.08달러 report33 2023.06.13 11
1960 한인 뉴스 테슬라 충전 방식 '대세'로…충전기 업체들도 호환장비 채택 report33 2023.06.13 11
1959 한인 뉴스 뉴욕-LA 델타 항공기, 비상 슬라이드 오작동으로 승무원 1명 부상 report33 2023.06.13 10
1958 한인 뉴스 미스 샌프란시스코에 트랜스젠더 여성 선정돼 report33 2023.06.13 14
1957 한인 뉴스 JP모건, 엡스틴 성착취 피해자들에게 3천700억원 지불 합의 report33 2023.06.13 14
1956 한인 뉴스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 14살 신동 엔지니어 입사 report33 2023.06.13 11
1955 한인 뉴스 IRS 2019년도 소득분 150만명 15억달러 택스 리펀드 찾아가세요 ‘7월 17일 마감’ report33 2023.06.13 14
1954 한인 뉴스 국무부 "중국, 쿠바서 도청시설 업그레이드".. 미중관계 복병되나 report33 2023.06.13 17
1953 한인 뉴스 미국 창업 붐의 거품이 터져 꺼지고 있다 ‘창업자들 투자 못받아 사업중단 사태’ report33 2023.06.13 11
1952 한인 뉴스 트럼프 77세 생일 전날인 13일 오후 마이애미 연방법원 첫 소환 report33 2023.06.13 16
1951 한인 뉴스 펜타닐 먹여 남편 살해한 여성, 26억원 보험금 노렸나 report33 2023.06.13 16
1950 한인 뉴스 오염수 방류 전 사놓자?‥천일염 가격 폭등에도 주문 폭주 report33 2023.06.13 11
1949 한인 뉴스 남서부 지역서 몬순 시작.. 9월까지 악천후 전망 report33 2023.06.13 16
1948 한인 뉴스 CA주, 2개 보험사 철수에 따른 집값 상승 우려 report33 2023.06.13 13
1947 한인 뉴스 LA 시 각종 범죄율, 지난해 비해 줄었다 report33 2023.06.13 13
1946 한인 뉴스 김정은 '북러 전략적 협력' 강화.. 국무부 우려 report33 2023.06.13 14
1945 한인 뉴스 CA주 산불 피해, 최근 25년 간 과거에 비해 5배나 늘어나 report33 2023.06.13 8
1944 한인 뉴스 시애틀항만 폐쇄…노조와의 갈등 report33 2023.06.13 11
1943 한인 뉴스 치과 기업 '오스템임플란트', 바이든 대통령 표창 수상 report33 2023.06.13 12
1942 한인 뉴스 트럼프, 재판 출석 위해 마이애미 도착…최대 5만명 시위 예상 report33 2023.06.13 16
1941 한인 뉴스 美 금리결정 앞두고 CPI 주목…"역 기저효과 속 4.0%↑ 가능성" report33 2023.06.13 1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66 Next
/ 66